로스쿨 정보
지방대 로스쿨생 “변호사시험장 확대해 달라” 호소
시험장 서울 4곳 대전 1곳 뿐… 연고 없는 수험생 큰 불편
서울에 집중돼 있는 변호사시험장을 지방 권역별로 확대해 달라는 로스쿨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의 로스쿨생들은 시험기간 중 숙식비와 교통비 등 과도한 경비부담을 떠안고 있을뿐만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의 수험준비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과 지방 소재 수험생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시스템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변호사시험장을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5개 권역별로 확대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시험 보는데 숙식비·교통비 등 경비만 120만원= 경북대 로스쿨에 다니던 A씨는 올 1월 10~14일까지 치러진 제6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시험 사흘 전인 7일 서울로 올라와 숙소인 건국대 기숙사에 짐을 풀었다. 시험장인 건국대 상허연구관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머물며 시험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기숙사 이용료로 46만원이 넘는 돈이 들었지만 큰 시험을 앞두고 1분, 1초라도 아끼자는 마음에서 한 선택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식비와 교통비 등을 포함해 80만원이 넘는 돈을 써야 했다.
제주대 로스쿨 출신인 B씨는 고려대에서 시험을 보면서 더 심한 일을 겪었다. 우선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라와 시험을 봐야 했다. 숙소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민자 기숙사를 운영하는 건국대는 변호사시험 기간 동안 약 300여실을 수험생들에게 제공하지만, 고려대나 연세대, 한양대 등은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험장 인근 레지던스나 모텔 등 숙박업체에서 잠자리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 700여실의 기숙사를 갖춘 충남대는 국립이라 18만여원~25만여원을 내면 숙식이 해결되지만 B씨는 낯선 곳보다는 모교가 낫겠다는 생각에 고려대를 택했다. 이 때문에 B씨는 왕복 비행기 값 등을 포함해 120만원이 넘는 경비를 지출해야 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평소와는 다른 낯선 환경에서 컨디션을 조절해가며 5일(중간 1일은 휴식일) 동안이나 진행되는 마라톤 시험을 봐야 해 두 사람은 시험을 마치고는 곧바로 기진맥진했다.
◇시험장은 서울에만 4곳, 대전에 1곳이 전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호사시험장이 서울에만 4곳(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건국대)이 집중돼 있고 지방에는 대전 1곳(충남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서울 소재 로스쿨은 12곳이다. 나머지 13곳은 전국 시도 단위에 분포해 있다. 각 학교별 입학정원은 다르지만 연간 총 입학정원은 2000명으로, 이 중 1000명은 서울 소재 로스쿨에, 1000명은 지방대 로스쿨에 각각 입학한다. 변호사시험에 응시해야 하는 전체 로스쿨생 가운데 절반이 지방에서 공부하고 있는데도 시험장 대부분이 서울에만 집중돼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주대를 포함해 서울에 연고가 없는 대부분의 지방대 로스쿨생들은 변호사시험 기간 동안 저렴한 교내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는 충남대와 건국대에서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올해 치러진 제6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3110명 가운데 가장 많은 772명(24.8%)이 충남대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어 고려대 699명(22.5%), 한양대 666명(21.4%), 건국대 580명(18.7%), 연세대 393명(12.6%) 순이다. 응시생의 절반에 가까운 1352명(43.5%)이 충남대와 건국대 두 학교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 한 로스쿨생은 '인생을 좌우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당장의 비용보다는 편리함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효율을 따지며 울며겨자먹기로 큰 돈을 지출할 수 밖에 없다'며 '서울 소재 로스쿨생과 비교해 돈은 돈대로 나가고 체력과 정신력, 시간 등은 뺏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법무부 '시험장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로스쿨생들과 로스쿨협의회(이사장 이형규)는 물론 대한변협도 문제 해결을 위해 시험장을 권역별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변협은 법무부에 보낸 변호사시험장 확대 공문에서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전 지역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시자들은 서울과 대전 두 지역 중에서만 시험 장소를 선택할 수 있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늦어도 시험 하루 전날까지는 자신의 응시장소에 이동해야 하고 시험 마지막 날까지 최소 5일 동안 머물 숙소를 구해야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시자들의 불편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도록 시험장소를 고등법원소재지인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총 5개 지역으로 확대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이사장은 '큰 시험일수록 시험 직전에 공부하는 게 중요한데 지방에서 올라와 숙소를 구하고 모텔 등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학생들의 생활리듬을 깨, 잘못하면 시험을 망치게 할 수 있다'며 '환경의 형평성이나 시험 분위기, 학생들의 불편·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 5개 권역별로 시험장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올해 초 이창재(52·사법연수원 19기) 당시 법무부 장관직무대행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건의하기도 했다.
김정욱(38·변호사시험 2회) 한국법조인협회장은 '변호사시험 일정이 매우 빡빡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시험기간에도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야하고 훑어볼 책들도 많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이사에 버금가는 수준의 많은 짐들을 들고 날라야 한다'며 '서울에 연고가 없는 학생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응시생들이 최상의 실력을 펼치기 위해선 권역별 시험장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시험장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시험장을 늘리려면 시험 관리·감독 인력 증원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방 응시생을 대전 및 서울 지역의 기숙사가 제공되는 시험장에 우선 배치하고, 시험장 배치계획을 조기 공지하는 등 지방 응시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험장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014년 제3회 변호사시험부터 서울권역에만 있던 시험장을 대전(충남대)까지 확대했다. 당시 법무부는 '앞으로도 지방 로스쿨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전 이외의 지역에 대한 확대 실시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손현수 기자 boysoo@lawtimes.co.kr
출처 : 법률신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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